오장육부가 건강해야 똑똑하게 자란다

이석원 원장 (서초 함소아한의원, www.hamsoa.com)

사람들은 종종 아이들을 두고 ‘백지장’이나 ‘스펀지’에 비유한다. 앞으로 채워나갈 모습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할 수 있는 하얀 백짓장과 물을 그대로 빨아들이는 스펀지의 특성이 아이들이 지닌 특성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어 유치원(또는 학원)이나 음악 학원, 놀이 학원 등,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일찍부터 아이의 두뇌 영역을 개발해주려는 조기교육 움직임이 한창이다. 특히 아이들의 뇌 성장이 두 돌 무렵까지 약 80%가 이루어지고, 만 6세가 되면 성인에 가까운 95% 정도가 완성된다는 연구 보고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그 움직임은 더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아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제 빛을 발하는 법이다. 다시 말하면 교육을 받아들이고 흡수할 터전인 두뇌가 건강하고 튼튼해야 두뇌 개발 속도도 빨라진다. 그렇다면 두뇌가 반짝반짝 제 빛을 발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한방으로 풀어보는 똑똑한 아이 키우는 비결을 알아보자. 단, 조기교육이 아이의 두뇌 개발을 보장하는 보증 수표가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오장육부의 건강 또한 두뇌 발달에 유일한 열쇠는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하길 바란다.

건강한 아이일수록 똑똑하다
슬기롭고 영특한 아이를 일컬어 흔히 ‘총명(聰明)하다’고 표현한다. 총명이란 말 그대로 귀가 밝고, 눈이 밝다는 의미다. 귀와 눈이 밝다는 것은 단순히 청력과 시력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귀와 눈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안에서 바르게 이해하는 능력, 즉 사물의 핵심을 판단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아이가 총명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장육부가 건강해야 한다. 사람의 뇌를 나무라고 본다면 오장육부는 그 뿌리의 터전이 되는 토양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토양(오장육부)의 기능이나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 나무(두뇌)는 저절로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게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콩팥과 심장이 튼튼한 아이가 머리도 좋다.

콩팥과 간은 뇌에 영양을 준다
한방에서 보는 콩팥은 단순히 피를 걸러내어 소변을 만드는 역할 이외에 부모로부터 선천적으로 받아 나온 기운을 간직하고, 평생 동안 살아갈 삶의 원동력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특히 한방에서는 뼛속에 들어 있는 골수와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뇌수가 모두 콩팥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고 보는데, 뇌수가 풍부하면 뇌의 힘이 왕성해지고 사물이나 생각에 대한 반응이 빨라지면 영리해진다.
따라서 콩팥이 튼튼하면 뼈는 물론 뼛속을 채우고 있는 골수 및 뇌수가 실해져서 대뇌가 충분히 영양 공급을 받게 되고, 궁극적으로 의지?의욕?의식?사유?움직임 등이 강해지고 지혜로움이 더해진다. 실제로 숙지황, 산수유, 산약, 구기자, 녹용처럼 콩팥의 기운을 돕는 한약재 중에는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정기와 혈액을 만들어내는 등 머리를 좋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울러 혈액을 저장하고 조절하는 간에 피가 풍부하면 뇌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하여 정신을 안정시켜주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심장은 아이의 정신을 맑게 한다
심장은 단순히 혈액을 순환시키는 작용을 할 뿐 아니라 두뇌가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인상을 만들고 기억하며, 사유, 분석, 추리, 판단, 결정 등의 생각들을 잘 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내경」에 따르면 심장은 ‘오장육부의 제왕이며 정신이 머무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심장의 기운이 왕성하여 기능을 잘 수행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추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또한 빨라진다. 여기에 촉매 역할을 하는 소화기의 기운이 더해지면 체내로 들어오는 영양을 효율적으로 분해, 흡수하여 심장으로 들어갈 피를 충분히 만들어주어 두뇌를 비롯한 온 몸에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이런 까닭에 심장과 비위가 서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잘 울지 않고 보채지 않으며 말문이 늦게 트이고 의사 표현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등 또래에 비해 뇌 발달이 더디게 된다.

똑똑하게 키우려면 영양 섭취도 잘 해야
이와 같이 오장육부가 건강하면 머리는 저절로 좋아지게 되어 있다. 오장육부가 건강하려면 무엇보다 영양 섭취를 잘 해야 한다. 뇌는 심장과 위장 등의 다른 신체 장기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한 부분이므로 먹는 음식에 따라 건강 상태가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특히 뇌 성장이 가장 활발한 6세 이전에는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 게다가 음식 가운데에는 두뇌 개발에 도움을 주는 식품도 있다. 실제로 건뇌 식품으로 잘 알려진 호두나 잣, 대추 등은 뇌를 구성하는 성분인 레시틴의 형성을 도와준다고 한다.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두뇌 개발 음식을 알아보자.

1)  아이의 정신을 안정시켜 주는 호두  
생김새가 뇌와 비슷하여 예로부터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중국에서는 명절날이면 아이가 총명하게 잘 자라고 장수하라는 의미에서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 한방에서는 정신을 안정시키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단, 과식하면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너무 많이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

* 호두육 죽
쌀 40g에 잘 으깬 호두육 10g을 넣어 죽을 만든다. 단, 아기가 죽을 먹고 설사를 한다면 호두 양을 반으로 줄인다.

* 호두 & 대추 죽
쌀 ¼컵을 물에 충분히 불린 다음 대추 4개를 푹 삶아 체에 밭친다. 호두를 깨끗이 손질해서 믹서에 간다. 너무 오래 갈면 기름이 나와 죽이 되므로 조금씩 짧은 시간에 갈아야 한다. 대추 삶은 물과 쌀을 믹서에 넣고 간 다음 죽을 쑨다. 죽이 끓으면 호두가루 2큰술을 넣고 잘 끓여 소금으로 간한다.

2)  뇌수를 보해주는 참깨   
오장을 튼튼히 하고 뇌수를 보하는 작용을 한다. 뼈를 튼튼하게 하므로 적당한 양을 장기간 복용하면 아기 발육에도 효과가 있다.

* 참깨죽
쌀 40g과 깻가루 5~8g을 넣어서 죽을 만든다.

* 참깨 연두부탕
다시마(사방 5cm) 1장과 멸치 3마리를 잘 손질하여 국물을 우려낸 뒤 건져낸다. 국간장과 소금, 미세하게 간 참깨가루 10g을 넣고 간을 맞춘 다음 연두부 ½컵을 한 숟가락씩 떠 넣으면서 한소끔 끓인다.

3)  머리를 맑게 하는 백복신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균류 덩어리 가운데 소나무 뿌리가 관통하여 자란 것만 골라낸 약재다. 한방에서는 주로 정신을 안정시키고 머리를 맑게 하는 데 쓰인다.

* 백복신 & 마 죽
물 2컵에 백복신 15g과 산마 15g을 넣고 약한 불에서 15분 정도 끓인 뒤 체로 걸러 건더기는 버린다. 그 물에 밥을 넣고 죽이 될 정도로 만든다. 볶은 소금으로 간한다.

TIPS  때론 욕심 없는 부모가 되어 주세요!
요즘 부모님들은 참으로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남들이 하는 건 뭐든지 시켜야 마음이 놓인다는 분들이 적지 않지요. 옛날과 달리 자녀가 많아야 한 두 명이고 보면 당연한 발로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아이를 욕심 없이 키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나친 조기교육 스트레스 때문에 자폐증이나 원형 탈모증, 불면증, 대인 기피증 등의 이상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인성과 사회성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과잉 조기교육 풍토가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세요. 부모의 잣대에 맞춰 강요하기보다는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특성을 맞춰줄수록 아이는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창의력이 각광받는 21세기에는 아이의 특성을 잘 살려주어야 합니다.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끔씩은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출처 : 고귀한 탯줄 2004. 12호